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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2023. 5. 23. 11:07

    이삼공오이삼. 소리내어 발음하면 귀여운 날짜가 왔다.

    사실 오늘 별 일이 있어서 일기를 쓰는 것은 아니다. 그냥 '2023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샀는데 거기서 소설의 문장은 촘촘한 박음질에, 일기의 문장은 한 번에 뜯어버릴 수 있는 시침질에 비유한 것이 인상 깊었다. 시침질 좀 해보려고 티스토리를 켰다. 뭔가 엄청난 글을 쓰고 싶어서 '탈-문자 선언'을 해봤는데 음... 잘 안 된 것 같다. 내 글은 멋들어진 표현을 쓰겠다는 욕망으로 부풀어 내용이 없는 공허한 글인 것 같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속 쓰고 고민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진다.

    어제는 애인과 카페에서 과제를 했다. 수요일 점심까지 내야하는, 그러니까 사실상 화요일 저녁까지인 에세이를 한 번에 써내려갔다.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끊임없이 공유한 문제의식(왜 퀴어 여성이 자신을 탐구하는 데 아버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까요?)과 내가 파악한 줄거리와 발제를 준비하며 썼던 해석을 결합하니까 천몇백자가 매끄럽게 나왔다. 문장을 좀 다듬고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고 바로 내버렸다. 한국소설강의 감상문도 저번에 이런 식으로 써서 냈었다. 하여간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던 주제에 관해 글을 쓰면 글이 빨리 잘 나오는 것 같다.

    애인이 글루텐프리 휘낭시에 두 개와 챠콜색 meowtallica 티셔츠를 주었다. 눈물나게 고마웠다. 요즘 무슨 반소매 티셔츠를 입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이렇게 선물을 해주다니?? 이 사람은 천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티셔츠 디자인에 애인이 평소 입고 다니는 옷 취향이 잔뜩 묻어있어서 웃겼다. 내가 도토리 티셔츠를 선물해주었을 때 애인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모를 일이다.

    애인과 모루카 에피소드 한 편을 봤다. 제일 유명한 '은행강도를 잡아라' 편이었다. 애인이 내가 모루카를 닮았다고 하길래 진짜 모루카는 이렇습니다, 하고 보여주었다. 그래도 애인의 모에화는 끊이지 않았다(...) 파마를 하고 나서 머리를 대충 말리면 머리가 이곳저곳을 향해 멋대로 뻗어가며 꼬불대는데 애인이 그걸 귀여워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애인 얘기를 좀 더 하고 싶다. 하얗고 말랑한 피부를 가졌는데 꼭 까만 옷을 입어서 그 사실이 돋보이는 것 같다. 키야님은 애인을 볼 때마다 눈이 예쁘시네요, 하곤 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웃을 때는 눈꼬리가 올라가고 밤거리를 함께 걸을 때면 별처럼 반짝거리는 눈이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인의 웃음소리가 좋다. 나는 살면서 그런 맑은 웃음소리를 처음 들어봤다. 애인이 웃을 때면 정말 뭐든 괜찮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내일은 야구장에 가야한다. 오늘은 수업이 두 개고 하나는 토론수업이라 중간에 나올 수 없지만 하나는 강의식 수업이라 중간에 나와도 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교수님이 불쌍하니까 맨 뒷자리에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앉아서 책이나 읽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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